“외형상으로는 한국지엠이 정상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산 넘어 산이죠. GM 본사가 산업은행과 약속한 것들이 지켜져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고 고용불안이 해소돼야 정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6일 오전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만난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55)은 “아직 정상화는 멀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로 시작된 한국지엠 사태는 4월 말 노사가 군산공장의 남은 인력 전환배치 등 자구안에 합의하고, 5월 초 GM과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정상화’에 최종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산은이 한국지엠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대신 GM은 한국에 신차 2종 생산을 배정하고, 10년간 한국지엠 지분 매각을 제한한다는 게 주요 합의 내용이었다. 그 후 3개월이 지나면서 한국지엠은 외형상으론 합의안을 실행하는 데 있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군산공장 노동자 600여명 중 200명의 전환배치가 6월1일부로 완료됐고, 신차 ‘이쿼녹스’도 내놨다.
6일 오전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고용안정과 신차 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상화’의 길은 요원하다. 생산물량이 늘지 않으면서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군산공장의 남은 인력 400명은 무급휴직 상태로 정부가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끝나는 12월부터는 노사가 함께 생계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당장 생산물량이 없어서 부평 2공장은 이달 말부터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된다. 공장이 하루 8시간만 돌아가는 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비정규직 노조가 크게 반발했다.
불법파견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창원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이 불법파견이라며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부평공장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도 근로감독이 진행 중이다. 임 지부장은 “부평 2공장에 대한 1교대 전환 과정에서 회사가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리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우선 배치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창원공장의 경우도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돈으로 과태료를 내면서 버티겠다는 사측 태도를 따져묻고 법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한국지엠의 부활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신속한 투자와 신차 확보’라고 강조했다. GM이 약속한 대로 2019년 말~2020년 신차 ‘나인비’가 부평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하고, 2022년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이 창원공장에 배정되면 공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인력이 더 필요해지고 무급휴직자들의 전환배치 문제, 비정규직 직접고용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임 지부장은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차가 들어오는 시기를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다마스’ ‘라보’가 내년 말이면 단종되고 현재 생산 중인 ‘스파크’는 양산된 지 3년이나 지나서 향후 국내 시장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 못하면 생산량이 줄고, 고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꿔 신차 생산 시기를 계획보다 최대한 앞당길 것을 회사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추가 구조조정설’은 정상화로 가는 길의 또 다른 암초다. 지난달 GM은 한국지엠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연구·개발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지엠 법인에서 연구·개발 기능을 떼어내 별도의 법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경우 생산기능만 남은 한국지엠이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매각이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 지부장은 “회사 측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지엠 구성원들은 모두 의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추가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만큼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막아내겠다”고 했다.
임 지부장은 한국지엠의 성공적 회생을 위해선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차가 매년 투입돼 어느 정도 차종이 다양해야 영업사원들도 차를 팔 수 있고, 소비자들도 믿고 차를 살 수 있다. 대우자동차 때 시장점유율이 26%가 넘었다. 한국지엠에 본사가 계속 투자해 소비자들의 믿음을 되찾으면 한국 시장에서 우리 차가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한국지엠도 추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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