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들이 제작 중단에 들어간 <PD수첩> 팀과 함께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 국장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PD수첩>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선언해, 제작거부 사태가 MBC 시사제작국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6일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 매거진>, <생방송 오늘 아침> 등 MBC의 시사프로그램을 담당하는 PD와 기자 등 제작진들은 “시사제작국 구성원 전체의 투쟁을 전개한다”는 기명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저녁 시사제작국 전체 구성원 총회를 연 이들은 “시사제작국에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아이템과 인터뷰 대상에 대한 검열이 행해져 왔으며 막무가내 전보 조치로 프로그램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사매거진 2580>의 아이템 검열이 심각했다며 구체적 사례들도 공개했다. 시사제작국 PD·기자들은 이날부터 출퇴근 시간 피케팅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모든 기명 성명에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전날 MBC는 제작거부에 나선 <PD수첩> 이영백 PD를 2개월간 자택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PD가 발제한 ‘한상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라는 제목의 노동 관련 아이템의 제작이 불허당한 사건이 <PD수첩> 제작거부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MBC는 입장문을 통해 “특정 정파나 집단에 경도되거나 이념적 편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방송 법령 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이 공개한 아이템 검열 사례 전문.
■세월호 인양이 예정된 3월 말에는 아이템 결정을 미루다 방송 나흘전인 22일 저녁에야 제작 지시 떨어졌다. 조 국장은 이 아이템에서 전 정권에 대한 비판적 내용, 세월호 특조위 인터뷰, 박주민 의원 인터뷰 삭제 및 축소 등을 지시했다. 또 선체 인양 통해 진실 규명해야 한다는 기사를 삭제하고, 갈등을 봉합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바꾸라고 지시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취재 기자를 지시 불이행으로 인사위에 회부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지난 4월, 청와대 비선진료에 연루된 김영재 의원 관련 해외진출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보복을 당한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의 이대원 원장 아이템. 조 국장은 이 과정에 적극 개입한 ‘국정원’을 쓰지 말고 ‘정부 기관’으로 쓸 것을 지시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두루뭉술하게 기사의 힘을 빼고자 하면서도 왜 ‘국정원’이란 표현을 쓰면 안 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는 전혀 없었다.
■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조창호 국장은 대선 관련 아이템을 하지 말 것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시사매거진에서 ‘시사’를 빼려는 노골적인 무력화 방안이었다. 대선 직전 취재기자들이 여러 가지 대선 관련 아이템을 발제했지만 대부분 거부되고 TV토론 관련한 아이템만 방송됐다. 대선 직후에도 아이템 한 꼭지가 전부였다.
■지난 5월 김경준 BBK 전 투자자문 대표의 단독 인터뷰 아이템을 발제했을 때는 합리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않고, “본인이 국장으로 있는 한 절대 안 된다”며 사전 취재 자체도 불허했다. 취재기자와 영상취재기자가 사비로 인터뷰를 마치고 오자 마지못해 방송을 허가했지만, 방송 예정일을 일주일 미루고는 편성국에는 아무 이유 없이 2580의 결방을 요청하는 어이없는 꼼수마저 부렸다. 중요한 제보자와의 사전 취재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막아서기도 했다.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도 김경준의 싱크는 줄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은 필요 이상으로 늘리는 등 기사의 힘을 빼려는 방해는 계속됐다.
■지난달에는 ○○금융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원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전달했다는 아이템을 발제했으나, 박성준 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아이템은 시기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BBK 아이템에 이어 이 아이템까지 하면 괜한 오해를 살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조창호 국장 역시 시의성이 떨어지고, 3억 원의 액수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아이템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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