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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MBC 사장 면접서 ‘블랙리스트 논의’

16일 서울 상암동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이완기 방문진 이사,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박경추 아나운서, 김수진 기자가 방송문화진흥회의 사장후보자 면접 당시 속기록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16일 서울 상암동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이완기 방문진 이사,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박경추 아나운서, 김수진 기자가 방송문화진흥회의 사장후보자 면접 당시 속기록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언론노조원을)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까? 어떻습니까?”(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스데스크> 하는 기자들은 거의 90%가 다 비노조원, 경력기자들입니다.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는 하나도 없다. 전부다 경력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권재홍 당시 MBC 사장 후보)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MBC 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는 자리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 이사진과 사장 후보자들이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아나운서, PD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노조)는 “MBC 블랙리스트 배후에 고 이사장이 있었던 것”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월23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 속기록을 입수해 16일 공개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구 야권 추천 이사 3명이 퇴장한 가운데 구 여권 추천 이사 6명이 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고 김장겸 후보자를 사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방문진 이사들은 노조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할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광동 이사도 “전체 맨파워가 그것(조합원 배제)을 버텨낼 정도가 되냐”고 질문했다. 답변에 나선 권재홍 당시 MBC 사장 후보(현 MBC플러스 사장)는 “경력기자 중에서도 앵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뉴스데스크>를 하는 기자들은 90%가 비노조원, 경력기자” “검찰팀이 9명인데 1노조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느냐”며 언론노조 소속 기자와 아나운서를 의도적으로 주요 부서에서 배제해왔음을 시사했다. 김장겸 사장도 면접 과정에서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MBC 텔레비전 뉴스 앵커 15명 중 조합원은 3명뿐이고, 청와대·국회·정당·검찰·법원 등 이른바 보도국의 주요 출입처를 취재하는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없다. 2012년 파업에 참여한 이후 대기발령과 교육발령 등으로 아나운서국 밖을 떠돌며 방송을 하지 못했던 박경추 아나운서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들에게 방송을 못하게 하는 ‘윗선’이 누구일까 늘 궁금해해왔고, 본부장이나 부사장쯤 되지 않을까 생각해왔는데 오늘 공개된 속기록을 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며 “공영방송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참담하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파업 전까지 주요 뉴스 앵커를 맡다가 파업 이후 보도국 밖으로 밀려나 현재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소속인 김수진 기자도 “이 문제는 ‘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라 저같은 피해자가 100명 넘게 존재하는 범법행위”라며 “업무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5년동안 부당한 인사를 냈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 3명과 김장겸 사장, 권재홍 사장을 노동조합법 및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고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면접 과정에서 앵커나 중요한 일에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을 쓰기가 곤란하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정파적 이익을 관철하려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쓰기 어렵다는 점은 동의하는데 일을 안 시키고 내버려둘 수도 없는 거고, 이념과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느냐고 물어본 것일 뿐 이와 같은 지시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고 이사장은 “면접 자리에서 해당 면접자가 사장이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고 지시를 했겠느냐. 의견을 물어봤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MBC의 제작거부는 더 확산되고 있다. MBC 기자들은 16일 총회를 열고 보도국 밖에서 근무하는 기자 65명도 17일 오전 8시부터 제작·업무중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MBC 내 제작·업무 중단 참여 기자는 206명으로 늘었다. KBS 기자들도 “과연 우리는 MBC보다 나은 처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날 밤 기자총회를 열고 제작거부 돌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MBC는 보도국 취재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이 제작중단을 선언한 직후 냈던 경력기자 채용 공고를 철회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이 제작중단에 돌입한 것이 노조의 지휘 아래 이뤄지는 합법적 쟁의행위라는 법률 검토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속기록 발췌본 전문>

■유의선 이사 : 많은 인력이 노조 가입 등등해서 편향된 제작물을 가져온다거나...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아주 오랜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극복하시겠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지금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PD도 있고 기자가 있는데 PD들이 만드는 것은 다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위에서 어떻게 하라고 해도 방향을 수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설득해서 저널리즘 가치를 지켜라, 설득을 해서 안 되면 그것은 손을 떼게 해야 합니다. 손을 떼게 하고 빨리 외부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PD들을 뽑아서 자리를 수혈해 나가서 올바른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해야지, 지금 계속 〈PD수첩〉에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60%가 있는데 거기에서 만든 것을 계속 감시만 하고, 또 게이트키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는 계속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경력사원 뽑을 때 PD들도 한 20명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요즘 케이블, 종편 이쪽에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방법 아니고서는 솔직히 말해서 언론노조가 전면 파업을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보도국에 뽑아 놓은 경력기자들이 그나마 중심 잡고 온갖 수모 겪으면서도 일하고 있고, 자기들이 파업하면 오히려 뉴스가 더 잘 나갈 것 같으니까 지금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는 계속 인력 보강을 해서 메울 수밖에 없다, 저는 설득을 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의선 이사 : 기존의 인력은 어떻게 합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저는 기존의 인력은 미래방송연구소도 있고,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있고,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을 나가는 그런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략)

■고영주 의장 : 우리 방문진에서 MBC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서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를테면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언론노조 말고요?

■고영주 의장 : 예. 이를테면 보도본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경력기자나 3노조원들….

■김광동 이사 : 전체 맨파워가 그것을 버텨낼 정도가 되냐….

■고영주 의장 : 부사장님께서는 그런 사람은 앵커로도 내세우지 말아야 하고….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렇지요. 앵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영주 의장 : 글쎄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그렇게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인지, 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경력기자 중에도 앵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있는데도 이렇게 (기존 기자들을) 쓰니까 자꾸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왜 그러나? 눈치보기 하는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이것은 진짜 비공개니까, 그렇게 뽑아서 앵커를 시켰으면 당연히 노조 탈퇴하고 앵커가 정말 중립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데 (노조) 탈퇴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나는 앵커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앵커하는 사람이 유튜브에 나서서 리포트하고, 이것은 누가 봐도 3노조 경력기자를 떠나서 조직 관리를 저렇게 해서 되겠나? (중략)

■고영주 의장 : 아까 간단하게 비례를 말씀하셔서 65:35인가 이를테면 일하는 조직이 35명이면 일을 잘 하지 않고 비협조하는 사람들이 65% 된다는 취지로 말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것이 아니고 언론노조 조합원이 65%이고, 경력기자나 3노조 조합원이 35%입니다.

■고영주 의장 : 결국 그 취지가 일을 하는 사람들은 35%이고, 1노조 중에서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1노조 중에도 리포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 하는 기자들은 거의 90%가 다 비노조원, 경력기자들입니다.

■고영주 의장 : 어쨌든 간에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는데 그러면 잔여 인력을 아까는 어디어디에 보내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를테면 그렇게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갸 많이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잔여인력을 그런 데서 활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제가 부사장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도저히 보도 쪽에는 쓸 수 없는데 그렇다면 어디로 보낼 것인가? 그래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보내고…(중략) 마이크 잡고 글을 쓰는 것 말고 여러 군데 직무를 개발하게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서 연구소같은 것도 만들 수 있고…. (중략)

■고영주 의장 : 잔여 인력을 그런데다가 배치를 하면 이를테면 보도하는 데 엉뚱한 소리가 나온다든지, 엊그제 <PD수첩>같은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든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우리가 보도인력의 전체 모든 인력을 3노조나 경력기자 중심으로는 할 수 없는…. 그래서 제가 더 뽑아야 된다고 하는 이유가 예를 들어 <뉴스데스크>의 모든 리포트를 경력기자나 가치관이 똑바른 기자들이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각 부서마다 그런 인력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는 하나도 없다. 전부다 경력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는 꼭 일이 터지게 돼 있습니다.

■고영주 의장 : 유휴 인력을 어디 쓸 데가 있으면 부사장님 말씀대로 참신한 경력기자들을 많이 뽑아서 일을 시키면 되는데 그 유휴인력을 해고할 수도 없고 원로원처럼 모셔놓을 수도 없고….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유휴 인력들을 경인지사라고 있는데 거기에 많이 보내놓았고 다른 부분에도 많이 보냈습니다. 언론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정말 보도 쪽에 일을 하기 힘든 그런 강성 조합원들은 다른 일을 하도록 해 놓은 상태인데 그래도 아직 일부 남아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을 주요 포스팅에 쓸 수 없는 것이지요. 그 모든 조직을 안정적으로 보도를 정말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하려면 계속해서 더 뽑아서 안 될 사람들은 다른 데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는 충분히 더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