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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할 수 있었던 사망자’ 지방은 서울의 4배…의료인력 늘리려니 의협이 반대

박용하 기자 2018.10.01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환자 수가 지방은 서울의 최대 3.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를 낳기 위해 분만시설로 가려 해도 서울에서는 몇 분이면 되지만 외진 시골에서는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 서울과 지방의 이런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역 공공병원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한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같은 방안에는 의사단체가 반대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1일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세운 공공병원은 병원급 이상 전체 의료기관의 5.4%였고 공공병상은 10.3%에 불과했다. 공공병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립병원조차 충분하지 않은 지역들은 ‘의료 취약지’가 되고, 제 때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었을 사람이 숨지기도 한다. 이런 사망자들을 가리키는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 2015년 서울 강남구는 10만명 당 29.6명이었는데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국 30곳은 산모들이 출산할 곳이 마땅치 않은 ‘분만 취약지역’이었다. 2016년 서울의 산모들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분만시설이 평균 3.1분 거리에 있지만 전남에서는 평균 42.4분이 걸려,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정부는 지역 내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기관이 없거나 적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앞으로 인구와 거리, 의료기관 이용률 등을 기준으로 전국을 70여개 지역으로 나눠 역량 있는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등)이나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 기관들에는 시설과 인력을 지원한다. 공공병원이 아예 없고 역량 있는 민간병원도 없는 지역에는 공공병원을 새로 짓기로 했다.

농어촌에서도 병·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한 ‘의료취약지 수가 가산체계’도 도입했다. 의료 수요가 적은 지역 병원들의 건보 수가를 올려주고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진료설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응급이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청, 권역의료센터의 협업을 강화하고, 도서나 산간지역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헬기 지원도 늘린다. 특히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응급환자들의 이송시간을 현재의 평균 240분에서 180분 이내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위험 산모들을 치료하는 권역모자의료센터는 현재의 16개에서 2020년까지 20개로 늘리기로 했다.

지역 공공의료가 모자란 것은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계획도 넣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공공의료대학원에 반대하고 있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일단 분포를 고르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본격적인 의사 충원 문제에서는 향후 사회의 고민과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