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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성수동 '공유사무실'에 간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일자리’를 모든 평가와 사업의 중심에 놓고, 좋은 민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형 창업과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 일자리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공유사업장인 헤이그라운드에서 3차 회의를 연 뒤 이런 내용을 담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시스템 구축, 공공 일자리 81만개 확충, 혁신형 창업 촉진과 신산업·서비스업 육성 등을 10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사업이나 세제지원·정책금융 지원에서 일자리 평가를 강화하고, 특수형태 노동자나 청년층 등의 고용안전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공업 등 기존 주력산업에서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만큼 민간부문에서 신규 취업을 유발하는 효과가 크고 양극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와 혁신 창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판단도 들어 있다. 

정부는 우선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육성·지원사항을 사회적경제기본법으로 통합하고, 관련 3법을 연내 입법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5년 동안 최대 5000억원 보증을 서주고, 정책자금 내 총액대출 목표를 신설해 자금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투자펀드 300억원을 새로 만들며 사회적기업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를 해준다. 공공부문을 통해 제품 판로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장의 열매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새 틀을 마련해야 했다”며 “연공급 중심의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을 비롯해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역 부근에 있는 8층 건물 ‘헤이그라운드’는 지난 6월 문을 연 코워킹 사무실이다. 코워킹은 ‘모여서 함께 일한다’라는 뜻으로, 공간만 같이 쓰는 것을 넘어서서 지식과 노하우까지 나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인권, 생태, 상생같은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 41개가 이곳에 입주해 있다. 노숙인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를 비롯해 도시와 농촌 사이 유통망을 구축해 건강한 식문화를 지원하는 ‘소녀방앗간’, 미아와 치매노인을 위한 실종방지 블루투스 밴드를 만드는 ‘리니어블’같은 기업들이다.

18일 오후, 주택가에 있는 헤이그라운드 앞 좁은 길은 평소보다 붐볐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일자리위원회 3차 회의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앞서 일자리위원회의 ‘일자리 100일 플랜’과 1·2차 회의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만들기와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체계 등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번 3차 회의에서 발표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은 고용정책의 핵심인 민간부문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로드맵은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시스템 구축, 공공 일자리 81만개 확충, 혁신형 창업 촉진과 신산업·서비스업 육성 등을 10대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사업이나 세제지원·정책금융 지원에서 일자리 평가를 강화하고, 특수형태 노동자나 청년층 등의 고용안전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공업 등 기존 주력산업에서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만큼 민간부문에서 신규 취업을 유발하는 효과가 크고 양극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와 혁신 창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판단도 들어 있다.

일자리위는 또 ‘사회적 경제활성화 방안’도 별도 안건으로 올려 의결했다. 그 상징적인 장소로, 혁신 창업과 사회적 경제가 만나는 헤이그라운드를 택한 셈이다. 사회적 경제를 국가 고용정책의 중핵으로 삼겠다는 뜻을 보여준다.

사회적경제는 양극화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비롯한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자활기업같은 경제단위들이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수행하는 모든 경제 활동을 말한다. 그동안 서울시 등 몇몇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추진해오던 것을 국가의 일자리 정책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제기된 고용불안과 양극화, 고령화 등을 해결할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라며 “(사회적 경제는)일반 법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고, 구성원이 전체 이익을 나누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로드맵]문재인 대통령이 성수동 '공유사무실'에 간 까닭은...

프랑스나 벨기에같은 유럽 국가들에선 이미 사회적 경제의 고용 비중이 6~10%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1%대를 맴돈다. 정부는 금융 접근성과 판로 확대 등 인프라 구축에 먼저 나서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경제 지원 계정을 만들어 5년간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을 공급할 수 있게 한다. 정책자금에도 사회적경제기업 총액 대출목표를 신설하고, 크라우드펀딩 투자 기반도 만들기로 했다. 사회투자펀드 300억원을 새로 만들며 사회적기업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를 해준다.

국가계약 낙찰 기준에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원칙을 세우고,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기업들 제품을 우선 구매하게 할 계획이다. 초·중·고교에서 관련 교육을 늘리고 대학에도 사회적기업 리더 과정을 신설하는 등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또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3법’을 제정해 제도의 밑바탕을 깔 계획이다. 인프라가 자리를 잡으면 사회서비스와 주거, 문화예술, 프랜차이즈 등 여러 분야로 사회적기업의 진출을 넓힌다는 방안이다. 일자리위는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로서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공공기관의 평가에 반영한다”는 취지의 ‘사회적가치 기본법’을 제안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사회적 가치에 토대를 둔 정책을 강조했다. 그런 국정철학이 일자리 대책에도 대폭 반영된 셈이다.

혁신형 창업과 신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민간 일자리 대책도 이날 소개됐다. 대학 교수와 연구원의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업·벤처기업에는 연 15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등 세제 지원을 늘린다. 벤처법을 고쳐 정부 지원 때 기업의 보증·대출 실적보다는 투자와 연구개발, 신기술을 위주로 평가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등 불공정거래를 바로잡아 일자리 창출 비중이 높은 중소, 중견기업의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자동차나 조선업처럼, 전통적으로 고용을 많이 창출해 온 기존의 주력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 혁신성장 전략’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헤이그라운드 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 5개월간 정부는 일자리 추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의 열매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새 틀을 마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연공급 중심의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을 비롯해,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0대 기업의 올해 하반기 채용이 지난해에 비해 5.6% 확대한다고 소개하면서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라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세부 추진과제별로 주관부처를 지정하고, 정책과제의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민간부문에 대해서도 체감도 높은 인센티브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로드맵]비정규직 차별 없애고, 임금체계 개편...노동계는 “노사 교섭부터”

18일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자리 5개년 로드맵’에는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동시에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대책도 포함됐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 최저임금 인상 후속조치 등 양극화 해결과 노동자 삶의 질 개선과 밀접한 대책들이 이날 발표한 ‘일자리 질 개선’ 계획에 담겼다. 

먼저 비정규직 문제에 따른 고용불안 해결을 위해 내년 중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한다. 현행 비정규직법(기간제법, 파견법)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라 계약만료를 앞둔 해고 같은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육아휴직 등 결원을 대체하거나, 계절적 사업처럼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을 막기 위해 현행 차별시정제도도 보완한다. 2007년 마련된 이 제도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임금, 복지에서 차별을 받을 경우 시정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한국표준직업분류’를 참조해 비교 대상인 동종 업무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기존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비교할 대상을 사업장 내 정규직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업무가 분리된 경우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울러 현행 비정규직법에 명시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모든 노동관계법의 모법인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안전관리에 대한 원청의 책임도 강화한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고용에 포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원하청 공동사용자 책임’은 대책에서 빠졌다.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도 내년 중으로 마련한다.  

근무연한에 따라 올라가는 연공급 체계도 직무 중심으로 손질한다. 일자리위는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임금체계를 확산하겠다”며 “공정임금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에 마련되는 ‘공정임금 및 공정거래질서 구축 정책패키지’에는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현행 호봉 중심에서 직무 중심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들어간다. 업무의 전문성, 책임 등 직무 특성을 분석해 직종, 직급별 임금수준을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검토 단계지만, 본격적인 임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호봉제를 적용받아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 “임금체계 개편은 충분한 노정 및 노사 산별교섭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공공기관 성과급 도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뤘던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