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수요일인 오는 8일 오전 10시 임시이사회를 소집하고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해임안이 통과되면 MBC는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김 사장 해임을 최종 결정한다. 파업 두 달을 넘긴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 사장이 해임되면 즉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지난 1일 김경환·유기철·이완기·이진순·최강욱 이사 등 현 여권 측 방문진 이사 5명은 김 사장을 해임해야 하는 사유를 담은 ‘MBC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방문진에 제출했다. 이들은 “MBC가 최근 10여년간 특정 정파에 치우쳐 다양한 담론을 반영해야 할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 플랜’을 수행한 하수인들에게 공정성과 자율성이 침탈된 결과”라며 “그 한가운데 김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을 해임해야 할 사유도 7가지로 정리했다. 다음은 방문진에 제출된 김 사장 해임 결의안을 토대로 재정리한 김 사장 해임 사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및 해임 건의안을 논의하는 이사회가 열린 2일 서울 영등포구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MBC 노조원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을 촉구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1)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김 사장은 보도책임자로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방송법 제 6조), 방송의 공적 책임(방송법 제 5조)을 앞장서서 훼손했다. ‘MBC 방송강령’도 사문화시켰다. 2011년 이후 김 사장이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과 사장으로 고속 승진하면서 MBC 보도를 총괄해온 동안 MBC의 편파, 왜곡 보도와 불공정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세월호 오보 참사, 당시 김 사장이 유족들을 깡패라고 매도한 발언,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중에 계속된 축소은폐 보도와 올해 탄핵사태에 대한 편파, 불공정 보도, 그리고 MBC 현 경영진과 방문진 일부 이사들을 비호하는 뉴스의 사적인 오용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김 사장은 MBC의 공정성과 공익성, 공적 책임을 실현할 주체이자 책임자임에도 오히려 그러한 의무를 앞장서 말살했기에 해임은 당연한 수순이다.”
■(2)MBC를 ‘정권의 방송으로’=“정부기관과 방송관련 단체, 언론계 등이 실시하는 조사에서 MBC뉴스의 추락은 오래 전부터 기정 사실로 나타났고 이제는 순위권에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든 취재와 제작, 편집의 판단기준은 ‘청와대에 유리하냐 불리하냐’ 였다. 데일리 뉴스에서 비판적인 아이템은 누락되고 그 대신 그 자리는 시청자의 관심을 돌리는 연성 뉴스 등으로 채워졌다. 뒷북치는 속보도 팩트와 중립, 객관성을 명분으로 물타기에 바빴다. 특히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MBC는 ‘편파방송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썼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로고를 떼고 숨어 다니며 중계를 해야 했다. 다른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시의성 있는 주제들은 아예 기획 단계에서 취소되거나 취재, 제작 중 불방을 시켰다. 보도시사의 시청률이 그가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사실을 볼 때 김 사장은 보도시사 시청률 추락의 온전한 책임자이다.”
■(3)노조 탄압과 인권 침해=“MBC 경영진은 협력하지 않은 유능한 기자, PD, 아나운서들의 직종을 강제로 변경해 마이크를 빼앗고 스케이트장의 눈을 치우게 하는 등 부당 전보를 통한 반인권적 횡포를 부렸다.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인사권을 마구 휘두르던 김 사장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기자와 PD들을 유배지로 마련한 ‘뉴미디어 포맷 개발센터’로 발령을 내고 좌절감과 인격적인 모멸감을 갖게 했다. 용노동부 특별근로 감독 과정에서 김 사장이 보도국장 재직 시 보직간부들을 상대로 노조탈퇴를 직접 종용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또 카메라 기자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본인은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보도국장으로서 인사권을 갖고 있었고 블랙리스트 문건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사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주도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한다.”
■(4)거꾸로 가는 김 사장의 리더십=“김 사장은 MBC 구성원을 아군과 적군으로 이간질시키고 이념으로 덧칠해 순치된 체제를 구축했다. 충성하는 보직 간부들은 물질적 보상 등을 당근으로 삼아 회유하고 저항하는 이들에게는 해고, 징계, 전보 등을 채찍으로 삼아 탄압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 업무보고에 출석해 유배지에 부당 전보한 것을 ‘적재적소 배치’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불채용에 대한 지적을 ‘인사권 침해’라고 우겼다. 사내 질서는 무너지고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은 혼돈에 빠졌으며 화합을 통한 내부역량의 극대화는 요원한 일이 됐다. 유능한 인력들이 부당한 압박을 견디다 못해 밀려났고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인재들이 늘어났다. 그나마 시청률을 근근이 지탱해온 드라마와 예능의 유능한 PD들마저 MBC를 떠나는 현실은 MBC호가 침몰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5)방문진 경영지침의 불이행=“방문진은 지난해 MBC에 전달한 경영지침에서 ‘원만한 노사관계와 미래지향적 조직문화 정립으로 공영방송의 가치인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무단협 상황의 전향적 해결과 노사간의 상호소통’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도 ‘무단협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공정방송협의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아 경영지침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올해 방문진 경영평가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또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징계성 인사조치의 일상화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경영평가는 ‘신입채용은 수년째 외면한 채 경력직 채용만을 고수함으로써 신선하고 창의적인 젊은 인력의 유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과오들은 김 사장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것들이기에 그에 대한 총괄책임 역시 그가 져야만 한다.”
■(6)신뢰와 품위의 추락=“MBC는 공영방송이기에 사장은 마땅히 그에 합당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고 공익 실현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MBC 관리감독을 수행하는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공영방송 사장다운 언행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뉴스 경쟁력의 추락 원인을 물으면 ‘우리 뉴스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니까’라며 남의 탓을 하기에 급급했다. 방문진의 관리감독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외면하고 특정 정파의 이익에만 충실히 복무하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특별 근로감독을 통해 김 사장의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청에 불려가면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적반하장으로 강변하는 김 사장의 모습은 여과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김 사장 스스로 법과 규정을 위반했기에 휘하의 누구도 징치할 자격이 없으며 더 이상 MBC 사장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7)무소신, 무능력, 무대책=“MBC 본·계열사가 파업에 들어간 지 2개월이 넘었다. 파업 대열에는 국장급을 포함한 간부 다수가 보직을 내려놓고 참여했다. 인사, 회계 직원과 심지어 방송작가, 계약직 리포터까지 일손을 놓았다.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 실상이 드러나면서 MBC 파업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은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시민사회가 호응의 메시지를 전해왔고 시청자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 언론, 방송 관련 3대 학회 소속 언론학자 467명은 기명으로 성명을 내서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해온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장겸 사장은 해법을 모색하기는 커녕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측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이른바 ‘성명보도’만 쏟아내고 있다. MBC의 정상화는 누구도 부인 못할 오늘의 시대적 요구이다. 시청자의 볼 권리를 빼앗은 김장겸 사장은 대책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해임이 불가피하다.”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리뉴스]마침내 해임···김장겸 MBC 사장 따라잡기 (0) | 2017.12.24 |
---|---|
김장겸 MBC 사장 “방송파업 정권이 기획하고 부추겨.. 해임 이유 없다” (0) | 2017.12.21 |
'고영주 OUT'...방문진 '극우시대'의 종말, MBC 정상화 신호탄 (0) | 2017.12.21 |
새누리 후보 ‘뒤통수’ 썼다고 업무배제···MBC ‘영상지침’ (0) | 2017.12.21 |
고영주 “문재인 대통령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적화됐을 것” (0) | 2017.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