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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자회사에 고용" 제안…한국노총 "수용", 민주노총 "거부"

지난해 11월 2일 파리바게뜨 노조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지난해 11월 2일 파리바게뜨 노조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상범 기자.

제빵기사 불법 파견에 대한 과태료 납부 시한을 엿새 앞두고 파리바게뜨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직접고용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한국노총 측은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불법적으로 근로계약서를 받아온 합작법인을 자회사로 바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5일 파리바게뜨 사측과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 제빵기사 노조 관계자들은 서울 양재동 한 호텔에서 제빵기사 고용을 두고 3차 협상을 벌였다. 황재복 파리바게뜨 부사장 등 사측은 이미 출범한 3자 합작법인 ‘해피파트너즈’에서 협력업체는 빼고 본사 지분율을 51%로 끌어올려 자회사로 만든다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또 자회사 제빵기사 복지는 본사 정규직 제빵기사와 같은 수준으로 하고, 임금은 95% 수준으로 하되 앞으로 3년동안 100%로 맞추겠다고 했다.

그동안 파리바게뜨는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해 가맹점주, 협력업체와 공동 출자해 해피파트너즈를 만들고, 여기에 제빵기사를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두 노조는 “이미 불법 파견 업체로 판정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해피파트너즈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다면 처우와 임금 수준은 본사 정규직과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본사가 내놓은 방안이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참여한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위원장은 “우리 쪽에서 요구한 것을 사측이 거의 다 받아들였다”며 “다만 합작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으니 ‘해피파트너즈’라는 이름을 바꿀 것과 임금을 2년 이내 본사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맞출 것을 추가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8일쯤 사측이 이 요구에 답하면 최종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반면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협상 도중 결렬을 선언하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임영국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위원장은 “해피파트너즈 설립과 이후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 등 부당행위가 숱하게 있었는데, 이 회사를 자회사로 바꿔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본사가 제시한 임금 수준과 관련해 “직접 고용도 하지 않으면서 동일노동에 대해 임금 차별을 두겠다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일 해피파트너즈가 출범한 이후 본사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동의서에 서명하게 하고 합작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도 제빵기사들이 ‘직접 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게 진의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측이 이날 내놓은 방안 대로 된다면 해피파트너즈와 근로계약서를 쓴 제빵기사들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다. 노동부가 요구한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제빵기사 본인이 ‘직접 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경우에 한해서 1인당 1000만원씩 부과된 불법 파견 과태료도 면제된다.

파리바게뜨는 노동부가 내린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1차 과태료 162억7000만원을 오는 11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노조와의 최종 협상 결과에 따라 과태료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