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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일자리 없어지고 물가 오르는 게 최저임금 탓일까요

최미랑·박용하·김상범 기자 rang@kyunghyang.com

일자리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올해 16.4% 인상)에만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일자리와 물가 모두 원자재 비용, 환율, 경기변동 등 무수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오는 결과물이다. 영미권에서도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가 영향, 있어도 미미한 수준”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2015년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대체로 학자들은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해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본다.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물가는 최대치로 약 0.4%까지 오른다는 것이다. 아예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저임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1995년 이후 일부 학자들이 연구했는데,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를 올리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엇갈린다.

강 연구위원이 이 논문에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토대로 국내 상황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물가는 약 0.2~0.4%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는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사업주가 고용조정이나 이윤조정을 하지 않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오롯이 물가에만 반영된다고 전제한 결과다. 실제로 기업은 임금이 오르면 다양한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이보다 작다고 봐야 한다.

햄버거 값은 최저임금이 올렸을까?

연말연초 요식업계 등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최저임금이 서민 물가를 올린다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최저임금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우려는 부풀려진 면이 크다. 통계를 살펴보면 2001년 이후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랐던 해에도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오히려 좁아졌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최저임금이 적용된 2001년 이후,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른 것은 2002년(16.8%)과 2006년(13.1%) 두 해다. 200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전년(4.1%)보다 1.3%포인트 떨어졌고, 2006년에도 2.2%로 전년(2.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많은 서비스업만 따로 떼어서 보면, 개인서비스 분야의 물가 상승률은 2002년에는 전년(3.1%)보다 0.6%포인트 오른 3.7%였다. 2006년에는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도 3.0%로 전년(3.2%)에 비해 0.2%포인트 낮았다.

요식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최저임금이 가격인상의 한 요인이긴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아니’라고 했다. 패스트푸드업체 롯데리아 관계자는 “인건비는 가맹점주가 줄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체감적으로 가격 인상에 영향이 가장 큰 것은 임대료”라며 “최저임금이 올라서 가격 인상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상품 가격을 안 올리고 있다가 이번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KFC 관계자 역시 “이전부터 가격 인상을 논의하다 이번에 올린 것”이라며 “최저임금도 반영했고 임대료 등 고정비용도 올라가서 상품 가격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감소' 주장도 뚜렷한 근거 없어

물가와 마찬가지로 고용률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떨어진다는 증거는 없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2002년 고용률은 60%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2006년에는 고용률이 59.7%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고용률은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없이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해왔다.

[팩트체크]일자리 없어지고 물가 오르는 게 최저임금 탓일까요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최저임금 외에도 무수히 많아서 명확한 상관관계를 알아내기 쉽지 않다. 때문에 같은 현상을 두고도 연구 결과는 제각각이다. 미국 시애틀시는 2015년 최저시급을 9.47달러에서 11달러로 올리고, 2016년에는 13달러까지 인상했다.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이 이를 분석해보니 2014~2016년 시애틀에서 시급 19달러 미만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9% 줄고 일자리는 7% 감소했다. 반면 버클리대 연구진은 시애틀과 주변 지역의 식료품산업 고용지표를 비교한 결과, 최저시급을 13달러로 올린 후에도 고용에 나쁜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2014년 내놓은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보고서는 국내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 일자리를 해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0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27.5%에 불과했는데, 2013년 이 비율이 36.2%까지 높아졌지만 이것이 청년, 고령자, 여성 등 취약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영미권의 최저임금 연구 결과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극히 적다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은 다른 정책수단으로 최소화해야”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 연구보고서는 “최저임금이 10% 늘면 1.1%정도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비가 많이 늘고, 산업생산을 유발촉진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일부터 최저시급이 오르자 곳곳에서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등이 해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업주가 비용을 줄이려고 기회를 봐오다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영향권에 드는 사람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23.6%로 예년보다 큰만큼 정부가 당장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피해를 입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므로, 고용 문제에 있어 최저임금 탓을 하기 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고용이 아니라 임금에 관한 정책”이라며 “물가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면 임금 정책 목적에 맞게 집행하고 부정적 효과는 다른 정책수단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