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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으로 이사가는 1970년대 교과서들...몸값 비싼 책들의 '특별한 이삿날'

충북 진천에 있는 한국교육평가원의 새 청사. 평가원 제공

충북 진천에 있는 한국교육평가원의 새 청사. 평가원 제공

1970년대부터 이어져온 빛바랜 옛 교과서들이 ‘무(無)진동 차량’을 타고 충북 진천으로 이사를 떠난다. 새 보금자리는 충북혁신도시에 마련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청사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서울 종로구 정동에 있는 청사를 오는 23일부터 내달 4일까지 진천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한다고 한다고 21일 밝혔다. 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각종 국가고사 출제와 교육과정 연구개발을 맡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13일 동안 이뤄지는 평가원의 이사는 17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작업이다. 5t 트럭 155대와 무진동 차량 20대가 동원된다. 무진동 차량은 수능 시험을 비롯한 각종 국가고사 출제에 이용되는 도서 15만여권과 전산 채점용 초고속 스캐너, 서버 등을 안전하게 옮기는 역할을 한다. 

무진동 차량에 오르는 이삿짐 중에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미군정 시기부터 1981년까지 역대 교육과정을 정리해 놓은 책, 1973년부터 사용된 교과서들도 있다. 이렇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서와 기관 사료, 공식 기록물은 종이가 헐고 낡아 쉽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 관리를 받는다. 평가원은 수능, 초·중등 교사 임용시험, 중입·고입·고졸 검정고시 등을 출제·관리하고 교과서 검·인정, 초·중등 교육과정 개발 등을 맡고 있어 일반 연구기관보다 장서가 훨씬 많다. 

평가원은 상시로 제공하는 수능 성적자료 발급 서비스같은 정보시스템을 차질없이 운영하기 위해 사전 모의훈련까지 했다. 평가원은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하는 11개 공공기관 중 10번째로 입주한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일대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소비자원 등이 들어가 있다. 진천군에 자리잡은 평가원 새 청사는 456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2만2천234㎡ 규모로 지어졌다. 

평가원은 1985년 당시 문교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 평가관리본부에서 독립한 중앙교육평가원이 전신이다. 1992년 국립교육평가원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8년 민간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설립 초기 강남구 청담동에 있던 평가원 청사는 1999년 종로구 삼청동을 거쳐 2010년 정동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