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르치고 배우기

폐교 비리사학 재산 국고로 환수하는 ‘서남대법’, 자유한국당에 발목

2018.2.20 남지원 기자

서남대처럼 비리를 저지르고 폐교된 사립학교의 남은 재산이 재단에 되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문턱에서 자유한국당에 발목을 잡혔다. 최대 1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서남대 잔여재산 환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헌법상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에 부딪히자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안을 계류시켰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장, 사학의 설립과 운영의 자유 같은 헌법 원칙 검토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정 사학재단의 비리를 대증적으로 진단해 치료하는 것은 좋지만 전체 사학을 이렇게까지 옥죄는 것은 사학을 하는 분들을 준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금의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청산된 뒤 남은 부동산 등의 재산을 ‘정관으로 정한 자’에게 귀속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의돼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런 조항을 고쳐,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사학재단 운영을 그만둔 뒤 남은 재산을 가져갈 수 없게 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전북 남원의 서남대에 학교폐쇄 명령을 내린 것을 계기로 발의됐다.

현행 법대로라면 서남학원의 남은 재산은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이홍하 전 이사장이 세운 또다른 학교법인 신경학원(신경대)에 돌아간다. 하지만 신경대 역시 교육부로부터 이 전 이사장이 횡령한 교비를 환수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다. 서남대의 잔여재산은 800억원~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폐교된 대학의 잔여재산이 또다른 부실·비리사학으로 흘러들어가고, 비리 설립자는 횡령액을 메우지도 않은 채 막대한 재산을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일부 사학들은 이 조항을 악용해 재산을 지키려고 스스로 폐교를 택하기도 한다. 지난달 교육부가 폐교를 인가한 대구미래대도 재단인 애광학원이 운영 중인 유치원을 이용해 잔여재산을 사유화하려고 ‘꼼수 폐교’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학령인구가 줄고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면 재산을 지키기 위해 폐교를 택하는 부실·비리사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학교법인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발표했다가 철회한 서울 은혜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재산을 지키려고 사학법 개정 전 폐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개정안은 청산 과정에 있는 학교법인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서남대의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서남대가 폐교되는 오는 28일 이전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대가 폐교되더라도 학교법인의 재산을 정리하는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어서, 이달 안에 개정안 통과가 무산돼도 잔여재산을 환수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폐교 후에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서남학원 측이 소급적용에 반발하며 헌법소원을 낼 수도 있다. 법사위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