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일가족이 수억원 대 부당이득을 챙겨 ‘비리백화점’이라고 불린 서울 사립고가 교육청의 학교장 파면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사를 다시 채용한 사실까지 드러나 교육청 현장조사를 받게 됐다.
2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예술계 자율고등학교인 관악구 ㅅ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ㅎ학원은 교장 김모씨를 파면하라는 교육청 요구를 이행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학교 설립자이기도 한 김씨의 교장임기가 이달 말 끝나기 때문에 정직은 징계로써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ㅅ고교와 ㅎ학원 종합감사를 벌여 학교장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들과 부당한 거래를 하고 온갖 특혜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시교육청 방과후학교 운영지침에 따르면 학교장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의 계열회사와는 위탁 계약을 할 수 없다. 하지만 ㅅ고교는 김씨 둘째딸이 등기이사인 업체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체결·운영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1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다.
이 학교는 또 김씨 첫째아들이 운영하는 영농조합에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지 못해 납품 자격이 없는 김치를 급식용으로 납품받았다. 김씨는 ㅎ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도 겸임하면서 ‘기본운영비’라며 매달 300만원을 챙겼다. 김씨의 아들인 유치원 행정실장에게도 200만원이 매월 돌아갔다. 부당수령액은 총 2억원에 이른다. 10억원이 넘는 학교 공사를 진행하면서‘쪼개기 계약’을 했다. 학생 수업료로 이뤄진 학교예산을 교장 일가가 쌈짓돈처럼 쓴 것도 감사에서 포착됐다.
감사결과에 따라 시교육청은 김씨 파면 등 관련자 중징계를 ㅎ학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ㅎ학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사립학교 교원징계권은 학교법인에 있기 때문에 법인이 교육청 징계요구를 무시하더라도 딱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 징계수위가 낮은 경우 교육청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김씨는 사실상 임기가 끝난 상태라 실효성이 없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김씨 오빠인 ㅎ학원 전 이사장과 남편인 이사에게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을 내렸다.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되면 5년 동안 학교법인 임원으로 돌아올 수 없다.
ㅅ고교는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간제교사를 지난달 다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기간제교사 ㄱ씨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ㅅ고교에서 일하면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학교 측은 ㄱ씨 문제를 두고 회의까지 했지만, 정식 징계절차를 밟지는 않았고 수사기관 신고·고발 등 조처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ㄱ씨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계약 기간을 채운 뒤 학교를 떠났다.
서울시교육청은 ㄱ씨 문제와 관련해 이날 ㅅ고교를 현장 조사한다. 학교 측은 교육청 지시에 따라 ㄱ씨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뒤늦게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ㄱ씨는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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