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절대혐기성’ 담수세균이 남한강 일대에서 새로 발견됐다. 이들 세균은 친환경 모기 퇴치제 등 바이오산업 원천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2017년 담수생물조사·발굴사업’으로 남한강 일대의 지천 및 토양에서 국내에서 처음 보고되는 미기록종 절대혐기성 세균 16종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절대혐기성 세균 발견지점. | 환경부 제공
일반적으로 자연계의 생물들은 산소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도 있다. 혐기성(嫌氣性) 세균은 산소 대신 질소, 이산화탄소 등을 이용해 생장하는 세균이다. 호기성(好氣性) 세균은 산소독성 제거효소를 지니고 있어서 산소를 사용하면서도 산소 독성을 중화하기 때문에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혐기성 세균은 산소에 의해 발생하는 산소독성을 제거할 수 없어서 산소에 노출되면 죽는다. 혐기성 세균 중에서도 산소에 가장 민감해 아주 적은 농도의 산소에서도 살지 못하는 세균을 ‘절대혐기성’ 세균이라 부른다. 절대혐기성 세균은 산소가 있으면 살 수가 없어 일반 세균에 비해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발견된 절대혐기성 세균은 16종은 클로스트리디움 속 미기록종 10종을 포함해 박테로이데스 1종, 카르노박테리움 1종, 프리보텔라 1종, 파라클로스트리디움 1종, 롬보우치아 1종, 큐티박테리움 1종 등이다.
가장 많은 종류를 차지한 클로스트리디움 속에 속하는 혐기성 세균은 바이오수소, 에탄올, 부탄올, 아세트산 등 대체에너지 원료를 생산하는데 쓰일 수 있다. 보톡스의 재료로 유명한 보툴리눔 독소를 만드는 보툴리눔 종, 장염을 일으키는 디피실 종도 클로스트리디움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견된 16종 세균들이 대체에너지, 친환경 병해충 방제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스트리디움 미기록종은 유기폐기물을 분해할 수 있는 세균들이다. 이를테면, 클로스트리디움 베이저린키 균은 음식물 쓰레기 1g을 분해해 128㎖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파스퇴리아눔 균은 녹말 1g을 분해해 106㎖의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파라클로스트리디움 속에 해당하는 비퍼멘탄스 균은 모기유충에 치명적인 독소단백질을 발현시킨다. 이미 1993년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나라에서 모기 유충을 죽이는 원료로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친환경적으로 해충을 제거할 수 있는 신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제까지 활성슬러지, 동물의 분변 및 내장기관에서 주로 발견되던 절대혐기성 세균이 국내 담수생태계에서 대량으로 발굴된 사례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욱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연구본부장은 “미개척 분야였던 담수환경 절대혐기성 세균이 발견되면서 남한강의 생물자원의 서식지로서 가치가 확인됐다”면서 “바이오산업 원천소재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16종 세균들은 생물자원은행(fbcc.nnibr.re.kr)을 통해 오는 6월부터 산업게 및 학계 등 연구기관에 분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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