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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온라인을 달군 의문의 ‘편백나무 대란’…한국에서도 자라네

온라인을 달군 의문의 ‘편백나무 대란’…한국에서도 자라네
온라인을 달군 의문의 ‘편백나무 대란’…한국에서도 자라네

“사무실이 지하라서 공기 순환이나 향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것을 찾다가 나쁘지 않은 놈을 찾은거 같아서 올려봅니다.” 지난 3월 29일 컴퓨터 하드웨어 커뮤티니 쿨앤조이의 상품정보공유 게시판에는 개당 1400원하는 ‘10+1 편백나무 방향제’ 추천글(바로가기)이 올라왔다. 8일 현재까지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는 ‘편백나무 대란’의 시작이었다.

해당 게시물의 추천 덕분에 29일 오전부터 편백나무 방향제 판매사이트 ‘요맘때’(바로가기)에는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판매자는 2월부터 매출이 너무 떨어져 폐업을 고민하던 차였다. 평범하게 상품 정보를 공유하던 이용자들 사이에 판매자가 주문량이 늘어나 영문을 몰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수소문 끝에 판매자는 쿨앤조이 게시판의 추천글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29일 밤 판매자는 “평소 1개월치 주문량이 오전에 몰려 현재도 주문자분들 방향제를 포장하다가 너무 늦기 전에 감사 인사 겸 지연 출고에 대한 글”을 남긴다면서 “점점 주문 들어오는게 겁난다. 급히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주문은 다음주로 미뤄주셨으면 정말 정말 진짜 진짜 감사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온라인을 달군 의문의 ‘편백나무 대란’…한국에서도 자라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일까. 판매자의 감사 인사 겸 주문 자제 요청이 올라오자 지켜보던 나머지 이용자들까지 주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판매자는 다른 상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편백나무 방향제 배송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포장을 직접 수작업으로 진행해 출고는 자꾸만 늦어졌다.

모방이 모방을 부르는 ‘인터넷 밈(Internet meme)’의 특성대로 편백나무 방향제 구입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확산됐다. 결국 4월 내에 배송하겠다던 판매자의 약속은 6월, 7월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첫 게시글에는 “나도 사고 싶어졌다” “훈훈하다” “전역 선물로 샀다”는 응원글이 이어지고, 8일 현재 판매자는 “지금 주문 주시면 올해 안에 출고된다”며 신중한 구매를 당부하는 상황이다.

한라산 둘레길에 있는 편백나무 숲길.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라산 둘레길에 있는 편백나무 숲길.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달 중순에는 편백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생지인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편백을 한국에서는 수만 그루씩 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울산대 최기룡 교수는 “편백은 삼나무와 함께 국제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인 화분증(花粉症)을 유발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일본은 조림 사업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가치가 있고 피톤치드 많이 배출된다는 이유로 편백을 앞다퉈 심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식물들의 자연적인 변화를 인간이 앞장서서 바꾸면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에는 편백나무 조림 면적이 넓지 않아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 아니며, 편백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가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편백나무는 한국에 1904년 도입돼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식재되어 있다. 1973년 1차 치산녹화기 이후 편백나무 조림면적은 14만ha로 전체 조림면적(280만ha)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역 생태복구, 수종 다양화 등의 목적으로 편백나무를 심고 있다.

‘편백나무’는 이름이 낯설지만, 실제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이다. ‘히노키탕’의 히노키가 바로 편백나무다. 천연 항균물질 ‘피톤치드’가 함유되어 있어 생활용품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최고급 내장재로 쓰인다. 내수성이 강하며, 물에 닿으면 고유의 향이 진하게 퍼져 도마 재질로도 많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