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탓일까, 국내 탓일까. 논란이 이어지던 봄철 미세먼지의 ‘출신지’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연구가 진척되고 발생원인이 세분화되는만큼, 점점 짙어져가는 미세먼지에 대해 ‘실시간 맞춤형 대응’을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달 22~27일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앞서 1월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을 때에는 주로 국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지만, 지난달의 경우 국외 영향과 국내 영향이 뒤섞여 있었다.
■ 오전엔 ‘중국발’, 오후엔 ‘국내 생성’
이번에 밝힌 내용을 보면 지난달 22일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을 때 국외 영향은 59%였고 이튿날에는 69%로까지 높아졌다가 점차 낮아졌다. 그 이후 27일까지는 32~51% 수준이었다. 미세먼지 하루 평균 농도가 경기 102㎍/㎥, 서울 99㎍/㎥로 최고조에 달했던 25일의 경우는 국외 51%, 국내 49%로 비슷했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에는 국외 영향이 51~70%로 더 컸고, 오후에는 국내 영향이 59~82%로 더 우세했다. 26~27일 이틀 연속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지난 1월에는 한반도 상공의 대기가 정체되면서 국내에서 생선된 먼지들이 많았다. 3월의 경우 두 가지가 섞였다. 22~24일 미세먼지가 밖에서부터 들어왔는데 이어진 이틀 동안에는 국내에서 배출된 것들이 더해졌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2차 생성’됐다. 2차 생성은 가스 형태로 대기중에 배출된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따위가 화학반응을 거쳐 황산염, 질산염같은 미세먼지로 바뀌는 걸 가리킨다.
즉 외국서 온 오염물질에 국내서 나온 오염물질이 합쳐지고 여기에 대기 정체라는 기상조건이 겹쳐 ‘미세먼지 대란’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대기가 정체되고 습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2차 생성이 활발히 일어나는 조건이 만들어졌고,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 국내먼지, 중국먼지 어떻게 따지나
국내 요인과 국외 요인의 영향을 결정하는 것은 기상조건이다. 지난달 22~24일에는 서풍이 불어오면서 중국의 먼지를 국내로 불러왔다. 하지만 25~27일에는 남해 상공에 고기압이 자리잡으면서 강한 남풍이 불었고, 그 덕에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차단됐다. 이후에는 국내 내륙의 바람이 약해지면서 ‘환기’가 덜 되는 대기정체가 발생했다. 그러서 국내 요인 비중이 커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외에서 얻은 지상자료와 위성자료, 대기질 ‘모델링’ 결과를 종합해 발생요인을 따진다. 예를 들어 서풍이 불 때 백령도와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늘었다면 중국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의 미세먼지 농도가 동시에 증가했거나 국내 배출원이 비교적 적은 황산염 비중이 올라갔다면 그 또한 국외 영향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 기여도’가 높다는 뜻이다.
미세먼지를 둘러싸고 ‘중국 책임론’은 늘 뜨거운 이슈다. 2016년 5~6월의 극심한 미세먼지를 분석했을 때에는 52%가 국내에서 만들어졌고 34%는 중국 내륙에서, 9%는 북한에서 왔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4월에는 당시 미세먼지의 55%가 중국 등 국외 지역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의 조사에서 국내-국외 요인의 영향은 40~60% 사이를 오갔다.
■ 실시간 ‘맞춤대책’ 필요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장임석 센터장은 “종합적으로 봤을 때 1~3월 봄철 미세먼지는 국외 영향 60%, 국내 영향 40%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국외의 영향이 좀 더 크지만, 지난달 사례에서 보듯 국내외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두 요인이 번갈아 우세하게 나타나고, 대기조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인과 일별·시간대별 측정결과가 세분화되고 구체화되는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건에 맞춰 실효성 있고 발빠른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아침저녁 출퇴근시간대 공공기관 차량2부제가 시행되는데, 지난달처럼 대기정체로 오후 국내요인이 커질 상황이라면 거기 맞춰 배출량을 줄이게 하는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재범 연구관은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온다고들 하지만 결과를 분석해보면 국내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동안 5조원을 들여 미세먼지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만 따지면 우리 말을 들어줄 리 없다”면서 “국내 대책과 국외 협력이 함께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넷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영·유아와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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