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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등록번호 있으면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아닙니다”

부적절한 민간 자격증 예시 | 교육부 자료  캡처<br /><br />이 자격증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br />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사항은 발급기관이 아닌 자격 종목임에도, 발급기관이 등록된 것처럼 표현.<br />② 등록번호는 소관 주무부처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님에도 주무부처에서 인증한 자격으로 오인하게끔 표현.<br />③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자격증에 기재하는 경우(생년월일 사용을 권장)<br />④ 자격기본법 제17조 등 해당 자격과 관련 없는 법조항 기재<br />아⑤ 등록된 자격 발급기관이 아닌 타기관명이나 부설기관명으로 자격증을 발급해서는 안됨

부적절한 민간 자격증 예시 | 교육부 자료 캡처 이 자격증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사항은 발급기관이 아닌 자격 종목임에도, 발급기관이 등록된 것처럼 표현. ② 등록번호는 소관 주무부처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님에도 주무부처에서 인증한 자격으로 오인하게끔 표현. ③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자격증에 기재하는 경우(생년월일 사용을 권장) ④ 자격기본법 제17조 등 해당 자격과 관련 없는 법조항 기재 아⑤ 등록된 자격 발급기관이 아닌 타기관명이나 부설기관명으로 자격증을 발급해서는 안됨

시험은커녕 교육도 없이 자격증이 뚝딱 나온다. 필요한 건 그저 ‘돈’이다. 자격증 한 개당 약 10만원씩이면 된다. 그러면 누구나 곧바로 진로체험지도사 1급, 인성교육지도사 1급, 중국어지도사 1급을 딸 수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1월 확인한 민간자격증 시장의 민낯이다. 실제로 경향신문 취재진은 비용 입금만 하는 방법으로 5분 안에 세개의 민간 자격증을 땄다.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민간 자격증도 실상은 ‘자격증 판매’나 마찬가지였다. 사전에 제공된 자료집 속 문제가 답안 번호까지 똑같이 실제 시험에 그대로 나온다. 이런 간단한 시험을 거쳐 취재진은 필라테스 1급, 반려동물관리사 1급도 금세 땄다. ▶관련기사 민간자격증 따기 참 쉽죠~잉! 부실 기관이 판치는 민간 자격증 시장에 대해 정부가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교육부와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18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민간자격제도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민간자격증은 생명·건강·안전·국방 등의 분야가 아니라면 어떤 법인·단체·개인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민간 자격증 관리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종목명, 등급, 관리운영기관 등을 등록만 하면 된다.

자격증 신설이 간단한데 취업난까지 맞물리자 민간 자격증 시장은 수년간 크게 부풀었다. 2012년 민간 자격증의 갯수는 3378개였으나 올해엔 2만9211개로 집계됐다. 요가 자격증만 약 500개, 바리스타 자격증도 210개, 아동심리상담 관련 자격증도 140개에 이른다. 민간 자격증 시장이 커지면서 환불거부, 과대광고, 부실교습 등 피해신고도 크게 늘었다. 2015년~2017년 동안 연평균 피해신고 건수가 1400건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은 미신고 건수를 포함하면 피해사례는 연 1만20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부실한 민간 자격증 기관들이 판치고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근본 이유는 자격증 신설이 간단한 등록만으로 가능한 데다 등록 이후 정부의 관리·감독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민간자격증 신설의 문턱을 조금 높이기로 했다. 자격증을 운영하는 기관이 특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자격증을 발급받게끔 했다면, 정부는 이 교육과정이 법정 강사요건, 교습시설 기준 등을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부실기관은 스스로 자격증 발급업무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등록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처음부터 자격을 갖춘 이들만 민간 자격증을 신설할 수 있도록 경력 등의 등록요건을 만드는 방안도 정책연구를 통해 검토한다.

등록갱신 제도도 도입된다. 그동안에는 등록만 하면 자격증 발급 자격이 계속 유지됐다. 그러나 등록갱신제가 도입되면 3년 등의 주기에 따라 정부가 실제로는 운영되지 않는 유령 자격증을 정리하게 된다.

민간 자격증의 환불기준, 해지사유, 자격증 관리자의 귀책사유와 의무사항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도 생긴다. 환불처리가 되지 않는 등의 분쟁이 발생할 때 이 계약서를 활용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민간 자격증 발급 기관은 따로 공시해야만 한다.

자격증의 유형. 민간 자격증은 ‘국가공인 민간 자격증’과 등록만 돼 있는 민간 자격증으로 나뉜다. | 교육부 자료 캡처

자격증의 유형. 민간 자격증은 ‘국가공인 민간 자격증’과 등록만 돼 있는 민간 자격증으로 나뉜다. | 교육부 자료 캡처

정부는 특히 민간 자격증 발급기관이 광고 때 소비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항목들을 정비하기로 했다. 자격증 광고에서 비용을 언급할 때는 자격증 취득에 드는 ‘총비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자격증 발급기관의 안내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시험을 통과했는데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던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다.

또 민간 기관은 해당 민간 자격증이 국가 공인까지 받았는지 여부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현재 민간자격증은 등록절차만 완료된 ‘등록 민간 자격증’과 국가 공인까지 받은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나뉜다. 그런데 다수의 민간 기관은 ‘등록’을 ‘공인’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민간자격증 보유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취득한 민간 자격증을 국가공인 민간 자격증으로 오인한 이들이 전체의 61.3%에 이르렀다. 국가공인 민간 자격증과 등록 민간 자격증의 차이를 잘 모르는 이들도 16.8%나 됐다. 등록은 국가가 자격증의 품질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행정절차일 뿐이다. 정부는 ‘국가공인 민간자격’과 ‘등록 민간자격’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자격증 광고 때 관련 문구를 추가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민간 자격증으로 인한 피해는 한국소비자원에서만 접수받고 있다. 정부는 피해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운영하는 민간자격정보시스템(pqi.or.kr)에 소비자 피해신고 창구도 개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