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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국민연금 “경영진이 현 사태 해결하라” 대한항공에 ‘공개서한’ 예정, 소액주주들은 “소송 시작”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공개서한을 발송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금운용위 제3차 회의에서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 “국민들의 소중한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려 표명,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 국민연금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1.81%, 대한항공의 지분 11.67%을 갖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 스캔들이 연일 터져나오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발동해 총수일가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장관이 대한항공에 대해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금운용위 제2차 회의에서도 “최근 대한항공 경영진 일가족의 일탈행위와 삼성증권의 자사주 배당사건이 회사 가치에 영향을 주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하락시켰다”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기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의의”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규범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인지 다음달에 최종결정한다.

‘거수기 오명’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대한항공 주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파문 이래 약세다. 갑질 파문에 이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욕설, 폭행,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재산 국외 도피 등이 수사 선상에 오르고 검찰이 한진그룹의 탈세·밀수 혐의까지 들여다보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장관의 제안에 따라 기금운용위는 이날 기금운용본부가 공개서한을 보내고 경영진 면담 등을 추진하도록 결정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 경영진이 의미 있는 조치들을 시행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한항공 이사회에 비공개서한을 보내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으나 답변이 없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기에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요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제이앤파트너스가 법원에 낸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청구서’. | 제이앤파트너스 웹사이트

법률사무소 제이앤파트너스가 법원에 낸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청구서’. | 제이앤파트너스 웹사이트

대한항공과 한진칼 소액주주들도 한진 오너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측은 “지난 25일 법원에 대한항공 주주명부 열람 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액주주가 대한항공에 제기한 첫 법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 연대는 조현민 전 대한한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지난달 초부터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