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4일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스스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종합병원 이상의 대형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많은 노인환자들이 말년을 보내는 요양병원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등의 절차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요양병원이 매우 드물어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다시 큰 병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도 생긴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공용윤리위원회’를 해법으로 들고 나왔다. 복지부는 22일 “자체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한 의료기관들이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관련된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공용윤리위원회’를 지정해 오는 24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그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반드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윤리위는 5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비의료인 2명과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닌 1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지난 18일 기준 상급종합병원 42개, 종합병원 79개, 병원 5개, 요양병원 16개, 의원 1개 등 143개 의료기관만이 윤리위를 운영 중이다. 상급종합병원의 90% 이상에는 윤리위가 있지만, 종합병원의 설치비율은 20%대에 불과하다. 병원급과 요양병원은 1%도 되지 않는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두 달…‘존엄사’ 선택 3200명 넘었다
복지부는 자체 윤리위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 8개를 권역별 ‘공용윤리위’로 지정해 오는 24일부터 시범운영한다. 법에도 ‘행정적으로 또는 재정적으로 윤리위를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은 윤리위가 맡아야 하는 업무를 공용윤리위에 맡길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공용윤리위원회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고려대 구로병원(서울 서부), 국립중앙의료원(서울 동부), 국립암센터(경기, 인천), 충북대병원(대전, 충북, 충남, 세종), 전북대병원(광주, 전북, 전남), 영남대병원(대구, 경북), 부산대병원(부산, 울산, 경남), 제주대병원(제주)이다. 윤리위가 없는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은 공용윤리위원회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공용윤리위원회의 가장 큰 ‘고객’은 요양병원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큰 병원에 계시다가 치료가 어려워지면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병원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임종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3일 서울에서 전국 병원과 요양병원 등을 상대로 공용윤리위원회 지정·운영 방안 설명회도 연다.
그러나 공용윤리위원회가 ‘존엄사 확산’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지는 알 수 없다. 8개 공용윤리위원회로만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용윤리위원회에 지원되는 올해 정부 예산은 기관당 3000만원에 불과하다. 행정직원 1명의 4~12월 인건비만 주고 주변 광역시·도를 모두 관할하라고 하는 셈이다.
중소병원들이 금전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공용윤리위원회와 위탁 계약을 체결할 지도 미지수다. 위탁을 하면 수시상담 및 관리(연 1회 집합교육 포함)비로 연 400만원, 연명의료중단 등 심의 1건당 3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복지부는 일단 올해 12월까지 시범운영을 해본 뒤 제도개선을 한다는 계획이다.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되면 공용윤리위원회 예산을 확대하고, 중소병원 등이 내야하는 위탁비용도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공용윤리위 운영이 활성화되면 중소규모 의료기관의 연명의료결정 관련 업무 수행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을 존중하는 기반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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