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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몰려간 태극기부대… 밤새 추모 방해

5년만에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다시 차려진 쌍용차 사망 해고자를 추모하는 분향소에서 밤새 친박 보수단체 회원들이 추모객들을 폭행하는 등 추모를 방해했다.

4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그간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벌여온 단체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는 전날 “3일 오후 9시30분까지 대한문으로 모이라”는 공지를 회원들에게 보냈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가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다는 소시이 들리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 단체는 3일 낮 12시쯤 분향소가 설치되자 천막에 달려들거나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노조와 시민들을 위협했다. 이들은 “대한문은 태극기의 안방이다” “광화문으로 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체팔이’ 등 모욕적 표현도 잇따랐다.

3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쌍용차에서 해고된 뒤 지난달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문 앞은 태극기 집회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이준헌 기자


국본은 낮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며 분향을 방해했다. 오후 8시쯤에는 아예 분향소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분향소를 포위하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도 충돌이 계속되자 이 요구를 받아들여 분향 온 시민들이 천막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분향소 안에 갇힌 조합원들은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 먹은 채 여러 시간 동안 갇혀있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오후 3시쯤에는 이단아 전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은 태극기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허리를 맞아 서울백병원으로 후송됐다. 오후 10시쯤에는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가 머리채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고 카메라가 망가지기도 했다. 밤 11시20분쯤에는 분향소 밖에 있던 태극기부대 구성원이 빈곤단체 활동가를 할퀴고 눈을 찔렀다. 4일 새벽 1시20분쯤에는 태극기부대원 여러 명이 경찰 방패 사이로 들어와 분향을 하러 온 시민 김모씨를 끌어내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김씨는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국본은 새벽 2시까지 방송차를 동원해 큰 소리로 군가 등을 틀다가 길 건너에 있는 특급호텔의 항의를 받은 뒤에야 끄기도 했다.

노조는 “국본이 방송차를 분향소 앞에 갖다 대고 음악을 틀고 모욕방송을 하는 동안 경찰은 제대로 된 소음측정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경찰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둘러싸 그 사이에 가해자가 도망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쌍용차 범대위는 4일 새벽 2시쯤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해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분향소 앞 대치는 오전 7시쯤부터 풀렸고 시민들의 분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 아직 현장에 남아 있어 긴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