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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의 복지앓이]모든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왜 안 만들까

2013년부터 매년 5월쯤이면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이란 것을 발표합니다. 상시노동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노동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인근에 위탁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 이름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올해도 정부는 30일 ‘2017년 직장어린이집 실태조사결과’와 함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설치의무가 있는 1253곳 중 1086곳은 자체적으로 설치(839곳)했거나 다른 어린이집에 위탁보육(247곳)을 맡겼습니다. 전체 이행률은 86.7%로 전년도의 81.5%보다 증가했습니다. 2013년부터 명단을 공개하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하는 정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일·가정 양립에 정부나 기업이 신경을 쓰는 분위기도 한몫을 한 것 같고요.

지난달 롯데백화점 직장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그러나 직장어린이집을 만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도 167곳, 13.3%나 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사업장 특성상 어렵다는 답변도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운수업이나 항만업처럼 장거리 이동이 많고, 외부근무나 교대근무가 많은 업종에서는 어린이집을 설치해도 직원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명단공표 심의위원회’를 거쳐 미이행 사업장 167곳 중 88곳, 실태조사를 거부한 곳 13곳을 합쳐 101곳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다만 설치대상이 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곳이나 현재 설치하는 중인 곳, 노동자들의 특성상 보육 수요가 없는 곳 등은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미이행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같은 후속조치를 할 계획입니다.

특히 1번 이상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는데도 이행할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15곳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개별 컨설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무를 지키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행강제금은 2016년 1월 시행됐고, 지난해 17개 사업장에서 17억원을 징수했습니다. 올해에도 5월 현재 7개 사업장에 5억원을 부과한 상태입니다.

직장어린이집은 꼭 규모가 큰 사업장에만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전국에 있는 1053개의 직장어린이집 중 214곳은 의무사업장이 아닌 곳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사업장에도 꽤 많은 직장어린이집이 있다는 의미겠지요. 정부는 중소기업에도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직장어린이집 설치비를 최대 20억원까지, 운영비를 최대 520만원까지 보조하는 등 각종 지원 정책을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