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인 직장인 이모씨(33)는 회사를 나서면 담배를 피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간혹 거리에 흡연실이 있는 지역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이씨는 주로 “금연 표시가 없는 외진 길목에 들어가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꽁초는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되가져오기도 하지만, 귀찮을 때는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는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의 개수를 보고 “여기서는 담배를 피워도 되는구나”하고 판단한다. 버려진 꽁초가 많으면 이씨 역시 꽁초를 바닥에 투기한다.
대대적인 ‘금연 장려’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모든 시민을 비흡연자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이 몰래 버리는 담배꽁초가 쌓이면 거리의 흉물이다. 차라리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만들어 정당하게 꽁초 쓰레기를 버리게 한다면 거리가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 이같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 시범사업이 실제 성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한국폐기물협회에 의뢰한 ‘생활폐기물 수거체계 및 수집·운반차량 개선 시범사업 모니터링 조사’ 결과가 7일 공개됐다.
환경부와 서울시, 종로구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학로 대명길(혜화역 4번출구~성균관대입구 사거리, 약 260m)과 광화문역에서 서대문역으로 이어지는 새문안로2길 일부(S타워~흥국파이낸스그룹, 약 180m) 두 곳에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7개를 시범 설치했다.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을 만들자 오히려 쓰레기통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거리는 더 깨끗해졌다.
폐기물협회 조사 결과,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이 없을 때 대명길 260m 구간, 새문안2길 180m구간의 쓰레기투기량은 하루 각각 50ℓ, 500~600ℓ였다. 그러나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이 설치된 이후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양은 각각 30ℓ, 500ℓ 수준으로 10~40% 감소했다.
폐기물협회가 취합한 지역주민 의견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주민 48명에게 ‘담배꽁초 전용쓰레기통 설치 이후 거리 청결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42명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또한 48명 중 3명만 담배꽁초 쓰레기통의 철거를 원했으며 45명은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확대운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폐기물협회의 설문에 응답한 48명 중 32명은 주3회 이상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이용했으며, 7명은 월2~3회 이용자였고 9명은 아예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지자체인 종로구의 반응도 좋았다. 폐기물협회에 따르면 종로구청 담당자는 담배꽁초 전용쓰레기통 운영 이후 길거리 환경이 ‘약간 개선됐다’고 생각하며, 시범설치 사업에 ‘만족’을 표시했고 앞으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종로구청 담당자는 폐기물협회 측에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의 크기와 투입구가 너무 작아 금방 꽁초가 가득찬다는 점, 흡연 중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는 이들이 많아 주변에 음료용기 쓰레기 투기가 많다는 점,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이외 지역에서의 흡연 단속과 법적 조치,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추가로 제시했다.
폐기물협회는 자체적으로 시범사업 거리의 청결도를 자체 점검한 결과 또한 ‘양호’했다고 밝혔다.
다만 쓰레기 수거 담당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의 쓰레기 수거 담당자 두명은 길거리 환경 개선여부에 대해 모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 시범사업의 만족여부에 대해 한 사람은 ‘보통’ 다른 한 사람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폐기물협회에 “얼마 되지 않는 담배꽁초를 꺼내기 위해 내부 수거함을 비우고 쓰레기통 주변을 청소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쓰레기통 주면에 꽁초가 쌓이고 간혹 불이 나기도 해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폐기물협회는 자체 점검결과와 주민설문 지자체·쓰레기 수거 담당자의 면접조사를 취합해 낸 ‘결론’에서 “담배꽁초 상습 투기지역의 청결개선을 위해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설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러면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이용자가 한번에 버릴 수 있는 제품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흡연하면서 음료를 마시고 음료용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 담배꽁초 쓰레기통 옆에 일반쓰레기통 혹은 재활용품 전용용기를 설치하거나 ‘일반쓰레기는 가지고 가십시오’라는 푯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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