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혼용” 보수진영 공격에 물러선 교육부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입력 : 2018.07.23 16:00:01 수정 : 2018.07.23 18:07:35

2020년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와 함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도 같이 쓰이게 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용어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보편적인 용어인 ‘민주주의’로 바꾸려 했다가 보수진영의 반발에 부딪치자 정부가 일종의 타협안을 내놓은 셈이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새 역사교과서 개정안을 이달 말 확정 고시한다고 23일 밝혔다. 당초 교육부는 기존 교과서와 교육과정에서 혼용된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겠다고 지난달 행정예고했다.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대부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고,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만 의미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했고, ‘민주주의’로만 쓰면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행정예고 기간인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접수된 608건의 의견 중 ‘민주주의’로만 쓰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454건이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에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심의하는 교육과정평가심의회 운영위원회는 헌법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도 함께 쓸 수 있도록 최종안을 정했다. 당초 정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민주주의’로 서술하는게 타당하다는 교육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데다,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집필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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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교과서 개정안은 이 외에는 당초의 행정예고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은 원안대로 집필기준에서 제외했다. 1948년의 의미도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오는 27일 관보에 교과서 개정안을 게시한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역사교과서는 검정도서 개발과 심사 등을 거쳐 2022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 적용된다.